채식주의자 책 리뷰 및 독후감

서울도서관 3호점 2025. 7. 2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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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식주의자』 – 한강

채식주의자
채식주의자


🌑 "나는 고기를 먹지 않아요."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한국문학에서 보기 드문 강렬한 서사 구조와 실존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한 여성이 갑자기 고기를 거부하면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단순히 채식이라는 주제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소설은, 여성의 몸과 욕망, 폭력과 저항, 존재와 소멸이라는 심오한 철학적 주제들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주인공 '영혜'는 꿈을 꾼 후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그 선언은 그녀가 속해 있는 가족, 사회, 인간관계에 일종의 파열음을 만들어낸다. 그녀의 ‘채식’은 단순한 식습관의 변화가 아닌, 이 세상과 단절하고자 하는 몸의 저항이다. 이 작품은 그런 영혜를 바라보는 세 명의 화자—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으로 구성되며, 각 장마다 다른 방식의 시선과 폭력이 교차한다.


🌿 몸의 언어로 말하는 여자

이 작품에서 영혜는 거의 말하지 않는다. 그녀는 침묵하고, 그 침묵은 오히려 더 큰 목소리로 읽힌다. 그녀의 몸은 말 대신 행동으로, 저항으로, 해체와 탈육화를 통해 세상과 충돌한다. 소설의 후반으로 갈수록 그녀는 나무가 되고 싶어 하고, 결국 인간의 틀을 벗어나려 한다.

 

한강은 이 과정을 굉장히 미학적으로, 그러나 잔인하리만치 정확하게 묘사한다. 영혜는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정상성’이나 ‘순응’을 거부하고, 그에 따른 폭력과 억압을 온몸으로 감내한다. 여기서 채식은 상징이다. 그건 곧 고기처럼 취급받는 몸의 거부, 여성으로서의 존재 자체에 대한 성찰이다.

 


🩶 화자의 역할과 폭력의 전가

이 작품은 독특하게도 영혜 자신이 아닌, 그녀를 바라보는 세 사람의 시점으로 서술된다. 남편은 아내를 단순한 도구로 여긴다. 형부는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그녀를 욕망하고 소비한다. 언니는 동생을 지키고자 하지만 끝내 무너진다. 이 세 사람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영혜를 오해하고 소비하며, 그녀를 통해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려 한다.

 

독자는 이 화자들의 말 속에서 영혜를 거듭 해석해야 한다. 그 해석 과정은 폭력의 본질이 얼마나 은밀하고 일상적인지를 일깨운다. 가장 가까운 이들이 가장 무심하게 가하는 폭력, 그것을 말없이 감내하는 존재. 이 서술 구조는 독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불편한 자각을 하게 만든다.

 


🌌 문장, 공기, 여백

한강의 문장은 여백이 많다. 말하지 않는 것을 통해 오히려 더 많은 말을 하게 만드는 힘. 간결하고 차가운 문장은, 오히려 독자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섬세한 매개체가 된다. 장면마다 정지된 듯한 감각, 공기처럼 퍼지는 침묵, 시선의 떨림까지도 문장 속에 살아 숨쉰다.

 

특히 나무와 인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후반부의 묘사는, 현실과 환상, 인간과 자연의 구분마저 흐릿하게 만들며, 독자에게 존재의 경계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단순한 서사적 재미를 넘어서, 문학의 가능성 자체를 확장시킨다.

 


🌱 존재에 대한 질문, 해체에 대한 문학

『채식주의자』는 존재를 지워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이자, 그 과정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물음은 단순히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가 무엇을 정상이라 정의하고, 누구를 그 경계 밖으로 밀어내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결국 이 소설은 묻는다.


“당신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당신의 몸은, 자유로운가?”


📌 이런 분께 추천해요

  • 인간의 존재, 욕망, 해체에 대한 깊이 있는 문학을 읽고 싶은 분
  • 한강 작가의 독특한 문체와 감정의 결을 느껴보고 싶은 분
  • 여성 서사, 여성의 몸과 사회의 충돌에 대한 문제의식을 탐색하고 싶은 분
  • 단순한 소설 이상의 철학적 성찰을 원하시는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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