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 책 리뷰 및 독후감

서울도서관 3호점 2025. 7. 25. 18:30
반응형

📖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작별하지 않는다


🌊 기억과 기록 사이의 무게

『작별하지 않는다』는 소설이 아니다. 그러나 이 산문은 그 어떤 소설보다 강력한 문학적 울림을 전한다. 이 책은 제주 4.3 사건이라는 역사적 비극을 마주한 한강이, 그것을 외면하지 않고 자신의 언어로 기억하고 기록한 여정이다. 이 책의 핵심은 그 제목처럼 ‘작별하지 않는 것’, 즉 잊지 않으려는 마음에 있다.

 

한강은 특유의 정제된 문장으로 말한다. 어떤 것도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단어 하나하나가 마치 절제된 눈물처럼 울리는 문장들이다. 그녀는 직접 제주를 방문하고, 생존자와 유족의 이야기를 듣고, 학살의 흔적이 남은 땅을 밟으며 이 글을 써 내려간다. 이 책은 단순한 취재기나 기록이 아니라, 문학으로서의 증언이자 산 자로서의 애도이다.

 


📚 작가는 왜 이 이야기를 써야 했는가

한강은 이 책의 서두에서 말한다. 자신은 4.3을 ‘모른다’고. 그녀는 이 사건의 당사자도 아니고, 전문가도 아니며, 직접적인 상처를 입은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작가로서, 인간으로서, 그녀는 이 비극을 외면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이 산문은 바로 그 결심의 결과물이다. 몰랐던 역사를 알아가는 과정, 처음으로 고백을 들은 그 순간의 떨림, 묻혀 있던 시신들 앞에서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감정들. 그녀는 그 모든 것을 글로 옮기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억의 책임’을 감당한다.


그것은 소설처럼 창작의 영역이 아니며, 그렇다고 완전히 객관적인 기록도 아니다. 이 책은 감정과 이성, 역사와 문학, 고백과 침묵이 교차하는 경계에 놓여 있다.

 


🕊 작별하지 않음이 주는 윤리

한강은 책의 여러 장면에서 반복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왜 사람은 사람을 죽이는가", "어떻게 잊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가",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그리고 이 책은 어떤 대답도 내놓지 않는다. 다만, 이 질문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 바로 그것이 이 책의 윤리이자 존재 이유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말은 단순한 애도나 추모를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속적으로 기억하겠다는 선언이며, 부끄러움과 책임을 놓지 않겠다는 태도다. 한강은 말한다. "끝까지 작별하지 않기로 결정한다"고. 그 말에는 작가로서의 결기, 인간으로서의 슬픔, 그리고 우리 모두의 몫으로 남겨진 기억의 의무가 담겨 있다.

 


🌫 슬픔을 끌어안는 언어

이 산문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문장의 서늘한 온기다. 감정을 억누르면서도 독자의 가슴을 치고, 구체적인 묘사 없이도 장면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특히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인용할 때 한강은 절대 개입하지 않는다. 문장 뒤에 숨거나, 대신 말하려 하지 않는다. 그녀는 단지 기록자이자 경청자로서 그 자리를 지킨다.

 

그 덕분에 이 책은 어떤 강요도 없이,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준다. 고통은 말해질 수 없고, 증언은 언제나 불완전하다. 하지만 한강은 그 불완전함을 그대로 껴안고, 끝까지 말하고자 한다.


🌅 마무리하며

『작별하지 않는다』는 문학이 사회와 역사 앞에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문학적 증언서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아야 하고, 기억은 사라지지 않아야 하며, 작가는 침묵해서는 안 된다는 선언이 이 책 전체에 깃들어 있다.

 

읽는 내내 불편하고, 가슴이 아프며, 침묵하게 된다. 그러나 그 침묵은 외면이 아닌 경청과 기억의 침묵이다. 그리고 독자는 책을 덮으며 마음속에 한 문장을 새기게 된다.

 

작별하지 않겠다.

📌 이런 분께 추천해요

  • 역사적 비극을 문학의 언어로 마주하고 싶은 분
  • 제주 4.3 사건에 대해 알고 싶지만, 다큐멘터리나 역사책보다 감성적인 접근을 선호하는 분
  • 문학이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는지 알고 싶은 독자
  • 한강의 산문을 통해 고통을 직시하는 언어의 힘을 느끼고 싶은 분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