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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5

작은 땅의 야수들 책 리뷰 및 독후감

📖 『작은 땅의 야수들』 – 김주혜 🦊 기억 저편의 고통과 희망이 교차하는 이야기『작은 땅의 야수들』은 식민지 조선과 만주, 일본을 배경으로 격동의 시대를 살아간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대하소설이다. 한 편의 역사 드라마처럼, 독립운동과 예술, 전쟁과 사랑, 그리고 살아남는 것 자체가 투쟁이던 시대의 숨결이 페이지마다 생생하게 느껴진다. 김주혜 작가는 탁월한 문체와 장면 구성으로 독자의 감정을 부드럽게 끌어당긴다. 이야기의 시작은 일제강점기 평양의 눈보라 속이다. 눈보라에 갇힌 소년이 굶주림 속에서 살길을 찾아 나서고, 마치 운명처럼 무용수가 되기를 강요당한 소녀가 그와 교차한다. 이들이 살아가는 ‘작은 땅’은 결코 작지 않다. 인간 군상들이 부딪히고 흩어지고 다시 얽히는 서사는 그 자체로 하나의 ‘..

10:00:21

홍학의 자리 책 리뷰 및 독후감

📖 『홍학의 자리』 – 정해연 🪑 비어 있는 자리, 남겨진 그림자책의 표지를 처음 봤을 때 느껴졌던 묘한 긴장감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햇살이 드리운 하얀 의자 아래, 선명한 붉은 얼룩 하나. 단순한 색감과 구성이지만, 이 장면 하나로 이 이야기가 전하고자 하는 무언의 메시지를 모두 압축해놓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자리에 어떤 이야기가 있었을까?'라는 질문이 읽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홍학의 자리』는 평범해 보이던 가족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사랑스럽고 평화로운 가정이 어느 날 갑작스레 끔찍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남겨진 인물은 그 자리의 의미를 되새기며 사건의 진실에 다가간다. 하지만 이 책이 단순한 미스터리물로 그치지 않는 건, 사건의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 심리의..

09:00:42

희랍어 시간 책 리뷰 및 독후감

📖 『희랍어 시간』 – 한강🕯 언어로 빚어진 가장 조용한 사랑『희랍어 시간』은 사랑 이야기다. 그러나 이 책을 단순히 사랑 소설이라 부를 수는 없다. 그것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연애 감정이나 설렘, 극적인 감정의 진폭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이 소설은 말과 침묵 사이에 놓인 간극, 언어의 본질과 존재의 결핍, 그리고 사랑의 깊은 외로움을 정적이고 고요하게 직조해낸다. 소설 속 두 인물은 모두 상실의 시간을 통과한 존재들이다. 시력을 잃은 학생 ‘정윤’과, 그에게 희랍어를 가르치는 ‘나’. 둘은 이름보다 감각으로 서로를 기억하고, 말보다 언어의 여백으로 서로에게 다가간다. 작가는 그들 사이에 흐르는 관계를 극적으로 부풀리거나,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숨죽인 문장들 속에서 독자는 말로 표현되지 않은..

2025.07.25

채식주의자 책 리뷰 및 독후감

📖 『채식주의자』 – 한강🌑 "나는 고기를 먹지 않아요."한강의 『채식주의자』는 한국문학에서 보기 드문 강렬한 서사 구조와 실존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한 여성이 갑자기 고기를 거부하면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단순히 채식이라는 주제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소설은, 여성의 몸과 욕망, 폭력과 저항, 존재와 소멸이라는 심오한 철학적 주제들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주인공 '영혜'는 꿈을 꾼 후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그 선언은 그녀가 속해 있는 가족, 사회, 인간관계에 일종의 파열음을 만들어낸다. 그녀의 ‘채식’은 단순한 식습관의 변화가 아닌, 이 세상과 단절하고자 하는 몸의 저항이다. 이 작품은 그런 영혜를 바라보는 세 명의 화자—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으로 구성되며,..

2025.07.25

소년이 온다 책 리뷰 및 독후감

📖 『소년이 온다』 – 한강🔶 죽음이 말하는 소설, 침묵이 울리는 문장『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광주의 진실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소설이다. 이 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가슴 한편이 아릿하고, 문장 하나하나가 뼛속 깊이 파고드는 듯한 여운을 남긴다. 우리는 종종 ‘역사’를 연표로, 기사로, 숫자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 ‘기억’이라는 말에 살과 피와 목소리를 입힌다. 이름 없는 사람들, 말하지 못한 사람들, 끝내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을 통해, 우리가 그간 외면해온 진실을 문학의 언어로 드러낸다. 🌼 소년의 시선, 망자들의 서사소설은 열다섯 살 소년 ‘동호’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친구의 시신을 찾기 위해 도청으로 들어간 소년. 그리고 그곳에서 마주하는 죽음들. 동호는 실존했던 수많은 아이들..

2025.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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