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 이꽃님
🍃 잊히지 않는 여름의 빛깔
한 편의 시처럼 제목부터가 마음을 물들인다. 여름을 한 입 베어물었다니. 무심코 흘려보내기엔 너무 아까운 이 문장은, 책을 덮고 나서도 오래도록 입안에 감도는 여운처럼 남는다. 이꽃님 작가의 장편소설은 첫사랑처럼 순수하고, 마지막처럼 뜨겁다. 익숙한 성장소설의 외형을 띠고 있지만, 그 안에는 열병 같은 사랑과 이별, 그리고 그보다 더 깊은 삶의 흔들림이 담겨 있다.
🍀 열다섯, 그 여름의 아이들
소설은 열다섯 살 주인공 해심과 그 주변 인물들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어느 여름날 새로 전학 온 이안이라는 소년이 해심의 삶에 들어온다. 해심은 평범하고 성실한 아이지만, 내면엔 누구보다 예민하고 뜨거운 감정이 숨어 있다. 이안은 도시에서 내려온 듯한 세련됨과, 동시에 어딘가 그림자를 지닌 인물이다. 두 아이의 만남은 어딘가 모르게 어긋나 있지만, 서로를 통해 조금씩 여물어 간다. 마치 아직 덜 익은 복숭아를 함께 나눠 먹듯이.
🎒 상처는 말 대신 무늬로 남는다
이 작품의 미덕은 감정을 과잉으로 몰고 가지 않는 데 있다. 작가는 말하지 않는 방식으로 감정을 전한다. 캐릭터들이 쉽게 눈물을 보이지 않아도, 그 눈빛과 움직임 하나하나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특히 이안의 서사는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그 주변의 공기와 타인의 시선에서 조심스레 읽히는 방식이 인상 깊다. 여름 햇살처럼 밝은 순간들과 동시에, 그늘지고 쓸쓸한 감정들이 동시에 존재한다.
🏞️ 풍경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문장들
이꽃님 작가의 문장은 단순히 인물의 대사나 감정을 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계절의 결, 바람의 방향, 풀잎 하나의 흔들림까지도 고스란히 담아낸다. 특히 여름이라는 계절이 소설 전체를 감싸는 방식이 아름답다. 푸르른 하늘과 땀이 밴 옷깃, 바닷가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뒷모습. 모두가 그리움의 형상으로 변모한다. 독자는 마치 오래된 여름 사진첩을 한 장씩 넘기듯, 조용히 그 기억들을 따라가게 된다.
📚 이야기의 결말은 성장
소설의 결말은 충격적이지 않다. 드라마틱한 반전 없이도 충분히 깊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는다. 상처는 남고, 그 자리에 시간이 자란다. 어른이 되어 돌아본다면, 그 모든 순간은 분명히 나를 만들어낸 풍경이었음을 알게 된다. 이 작품은 독자에게 그 사실을 조용히 일깨운다. 성장이라는 건, 결국 그 시절을 온전히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걸.
🌿 이런 분께 추천해요
- 여름의 공기와 빛, 냄새까지 그려내는 섬세한 문장을 좋아하는 분
- 성장소설에서 감정의 결을 따라가는 것을 즐기는 독자
- 첫사랑, 이별, 그리움 같은 감정에 깊이 빠져보고 싶은 분
- 마음이 출렁이는 계절을 다시 한 번 꺼내보고 싶은 분
📌 다정한 메모
이 소설은 거창한 사건보다는 조용히 내 안을 흔드는 이야기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감정, 설명할 수 없는 기억, 오래전 잊힌 이름 같은 것들을 다시 불러오는 힘이 있다. 그러니까 혹시 마음이 바짝 마른 날이라면, 이 책을 한 입 베어물어보길. 분명히 당신의 여름도 다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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