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한부』 – 백은별
🌸 이야기의 시작: 시한부라는 단어가 던지는 묵직한 울림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마음 한구석이 조용히 내려앉았다. ‘시한부’라는 단어는 언제나 무거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누군가의 삶에 남은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 그것이 단지 허구라 하더라도 독자로 하여금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백은별 작가의 『시한부』는 단순히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인물의 삶을 따라가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이 작품은, 그 단어를 둘러싼 ‘시선’과 ‘소문’, 그리고 어른들이 미처 알지 못한 아이들의 세계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 트라우마와 우울을 말하는 소년소녀들의 언어
주인공은 중학생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이유로 결코 가볍지 않다. 이 아이들은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복잡하게 감정을 소화한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비밀, 학교와 가정이라는 좁은 틀 안에서 무너져가는 마음들, 그리고 죽음을 향한 막연한 동경. 작가는 아이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을 무겁게 묘사하지 않으면서도 그 깊이를 분명히 드러낸다.
책을 읽다 보면, “이 아이들이 왜 이런 선택을 고민하게 되었을까?” 하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그 질문은 단지 등장인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어느 순간 독자 자신의 과거와도 이어지게 된다. 우리도 어릴 적에 그런 막막함을 느낀 적은 없었을까? 말하지 못해 삼켜버린 슬픔이 있지 않았을까?
🌧 기억하고, 꺼내주고, 다시 안아주는 이야기
『시한부』는 죽음을 전면에 내세운 이야기지만, 이 책을 관통하는 정서는 사실 ‘기억’과 ‘포용’에 더 가깝다. 아이들은 서로의 상처를 기억하고, 조심스럽게 말을 걸고, 결국은 서로의 존재를 통해 구원에 다가간다. 어떤 대단한 사건이 벌어지진 않는다. 하지만 사소한 말,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서 독자에게는 절절한 감정의 파도가 되어 밀려온다.
작가는 섬세하게 감정을 다룬다. 특히 교실과 복도, 창밖의 나뭇가지와 같은 구체적인 장면들을 통해 아이들의 내면을 비추어낸다. 배경은 한겨울이다. 맨 처음엔 그 차가운 계절이 아이들의 우울함을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책을 덮을 무렵엔 그 겨울이 따스하게 느껴진다. 그만큼 아이들의 변화, 혹은 아주 조심스러운 희망의 움직임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 이야기를 통해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다
『시한부』는 청소년 소설이지만, 어른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기도 하다. 작가는 청소년이 처한 환경과 감정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우리 사회가 얼마나 쉽게 ‘가볍게 여겨도 되는 문제’로 치부해버렸는지를 꼬집는다. 누구도 죽음을 가볍게 여길 순 없지만, 아이들이 그 죽음을 입에 올리는 상황을 우리는 얼마나 진지하게 바라보았을까?
또한 이 소설은 ‘정해진 죽음’이라는 설정을 통해 오히려 삶의 본질을 묻는다. 시한부가 되었을 때, 사람은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남은 시간을 보내려 할까? 단지 청소년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질문이다. 작가는 이 질문을 날카롭게 던지면서도, 독자의 가슴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 다정한 메모
이 책은 상처 입은 아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어루만지는 이야기다. 얼핏 보면 조용하고 잔잔한 흐름이지만, 읽는 내내 눈물이 맺히는 순간들이 많았다. 요란하지 않고, 다그치지도 않으며, 그저 곁에 있어주는 이야기. 삶의 끝을 말하면서도, 그 끝에서 다시 삶을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
『시한부』는 그런 책이다.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꺼낼 수 있는 감정들이 있다면, 이 책은 그 감정들을 아이들의 입을 통해 담담하게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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