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 한강🖋 말보다 느린 시, 기억보다 깊은 언어『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는 한강이 1990년대부터 써온 시들을 모은 시집이다. 소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작가이지만, 이 시집에서는 한강이라는 인간이 얼마나 깊고 조용한 내면을 지닌 존재인지를 엿볼 수 있다. 시인의 언어는 거창하지 않고, 오히려 낮고, 작고, 섬세하다. 하지만 그 섬세함 속에는 놀라운 강인함이 깃들어 있다. 시집의 제목에서부터 독자는 한 문장의 이미지에 사로잡힌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이 문장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시간을 물성화하고 감정을 시각화하는 시인의 감각을 단번에 드러낸다. 저녁은 왜 서랍에 있어야 했을까. 그것은 잊고 싶은 슬픔이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