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파과』 – 구병모 🌸 끝을 향해 달리는 한 여성의 고요한 폭력성『파과』는 단순한 범죄 소설도 아니고, 액션도 아니다. 이 작품은 말기 노년을 맞은 한 여성 킬러가 스스로를 바라보며 내면의 균열을 마주하는 섬세한 심리극이자, 존재의 경계를 질문하는 소설이다. 작가 구병모는 『위저드 베이커리』 이후로도 꾸준히 자신만의 문체와 리듬을 유지해왔고, 『파과』에서는 한층 더 깊고 단단한 서사를 보여준다. 주인공 ‘엄복녀’는 특이한 이름만큼이나 특별한 삶을 살아온 인물이다. 그녀는 평생을 암살자로 살아왔고, 지금은 몸이 망가지고 기억은 흐려지며, 삶의 말미에 서 있다. 누군가를 지우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해오던 그녀는 어느 날, 자신이 살해한 사람들과의 기억 너머에서 이상한 ‘균열’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