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들어진 신 – 리처드 도킨스
신은 존재하는가.
이 질문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현재형이다.
이 책은 그 질문을 정면으로 다룬다.
돌려 말하지 않고, 완곡하게 표현하지도 않는다.
과학자의 언어로, 논리의 구조로 신의 개념을 해부한다.
리처드 도킨스는 진화생물학자다.
그의 출발점은 신학이 아니라 생물학이다.
생명의 복잡성과 질서가 곧 설계자를 의미하는가.
우주의 존재는 초월적 존재 없이는 설명될 수 없는가.

그는 하나씩 따져 묻는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설계자 가설’에 대한 반문이다.
복잡하니 누군가 설계했을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 설계자는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 질문은 단순하지만, 쉽게 피해갈 수 없다.
책은 종교를 조롱하기보다는
맹목적 믿음을 경계한다는 쪽에 가깝다.
믿음은 개인의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검증 없이 절대화될 때,
그 믿음은 타인에게 영향을 미친다.
도킨스는 도덕 또한 신의 산물이 아니라
인간의 사회적 진화 과정에서 형성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부분은 특히 논쟁적이다.
도덕과 종교를 떼어낼 수 없다고 생각해온 사람이라면
강한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는 경험은
단순히 ‘찬성’과 ‘반대’로 나뉘지 않는다.
오히려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나는 왜 믿는가.
혹은 왜 믿지 않는가.
그 선택의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만들어진 신은 편안한 독서를 제공하지 않는다.
논증이 이어지고, 사례가 반복되고,
논리적 반박이 촘촘하게 쌓인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이 책의 특징이다.
감정이 아니라 논리로 설득하려는 태도.
읽다 보면 신의 존재 여부보다
사유의 방식에 더 주목하게 된다.
의심은 배신이 아니라
사유의 출발점일 수 있다는 생각.
이 책은 신앙을 공격하기 위한 책이라기보다
질문하는 인간의 태도를 강조하는 책에 가깝다.
동의하든, 반박하든
끝까지 읽고 나면 생각은 이전과 같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믿음이든 회의든
그 근거를 스스로 점검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읽어볼 만한 인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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